F1과 포뮬러E는 모두 ‘포뮬러(Formula)’ 규격의 싱글시터 레이스이지만, 기술적 기반과 대회 철학은 전혀 다릅니다. F1은 내연기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사용하는 고속 경기이고, 포뮬러E는 100% 전기 구동으로 환경과 지속 가능성을 강조합니다. 두 레이스는 ‘속도와 효율’이라는 같은 목표를 향해 달리지만, 접근 방식은 완전히 다릅니다. 이번 글에서는 F1과 포뮬러E를 기술, 사운드, 미래성 세 가지 측면에서 심층 비교해봅니다.
1. 기술의 차이 – 내연기관 하이브리드 vs 100% 전기 파워
F1은 여전히 내연기관을 중심으로 한 하이브리드 파워유닛을 사용합니다. 1.6리터 V6 터보 엔진과 MGU-H, MGU-K로 구성된 복합 시스템은 1,000마력에 가까운 출력을 냅니다. 연료 효율은 놀라울 정도로 높으며, 한 경기에서 100kg 이하의 연료로 300km를 달릴 수 있습니다. 이 시스템은 에너지 회수 기술과 열효율 제어를 극대화한 결과물로, 실제 자동차 산업에도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반면 포뮬러E는 100% 전기 파워트레인을 사용합니다. 내연기관이 전혀 없으며, 배기가스나 연료 소모가 발생하지 않죠. 각 팀은 동일한 섀시를 사용하지만, 전기 모터와 인버터, 배터리 관리 시스템은 자체 개발이 가능합니다. 최신 Gen3 차량은 최고 속도 320km/h, 출력 350kW를 기록하며, 한 번의 충전으로 한 경기 전체를 소화할 수 있습니다. 두 경기의 기술적 철학은 완전히 다릅니다. F1이 ‘최대한 빠른 속도를 내기 위한 기술 실험장’이라면, 포뮬러E는 ‘지속 가능한 모빌리티를 위한 현실적 연구 플랫폼’입니다. F1은 성능과 효율을 위한 기술 경쟁의 극한에 서 있고, 포뮬러E는 환경친화적인 미래 기술의 테스트베드로 존재합니다. 결국 이 차이는 두 대회의 정체성을 규정짓는 핵심적인 요소입니다.
2. 사운드의 차이 – 엔진의 포효 vs 전기의 속삭임
모터스포츠 팬들에게 사운드는 단순한 배경음이 아니라 감정의 핵심입니다. F1의 엔진 소리는 ‘스피드의 상징’으로 불릴 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2013년 이전 V8 엔진 시절에는 18,000rpm을 넘는 폭발적인 사운드가 관중을 압도했죠. 이후 하이브리드 시대로 접어들며 소리가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1,000마력급 터보 사운드는 관중석을 진동시킵니다. 엔진의 굉음은 레이스의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드라이버의 스로틀 컨트롤을 감각적으로 전달해줍니다. 반면 포뮬러E는 완전히 다른 청각적 경험을 제공합니다. 엔진 소음이 없는 대신, 전기 모터의 ‘윙윙’ 소리와 타이어 마찰음, 바람소리가 더 또렷이 들립니다. 이 때문에 처음 관람하는 사람은 다소 밋밋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기술적 관점에서는 매우 흥미로운 특징입니다. 사운드의 차이는 단순한 감성 차원을 넘어 ‘환경 인식’의 차이로 이어집니다. F1이 인간의 본능적 쾌감—속도와 폭발음을 상징한다면, 포뮬러E는 도시 중심에서의 친환경 레이싱을 지향합니다. 실제로 포뮬러E는 런던, 베를린, 서울, 로마 등 도심 서킷에서 경기를 진행하며 소음 공해를 최소화합니다. 이처럼 사운드는 두 대회의 철학을 드러내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F1의 굉음이 ‘기계와 인간의 한계 도전’을 상징한다면, 포뮬러E의 조용한 속도는 ‘기술과 환경의 공존’을 말합니다. 각각의 사운드는 서로 다른 미래를 이야기하고 있죠.
3. 미래성의 차이 – 기술 진화의 방향이 갈라지다
F1과 포뮬러E의 가장 큰 차이는 ‘미래를 바라보는 시선’입니다. F1은 여전히 내연기관 기술을 유지하고 있지만, 2030년까지 탄소 중립(탄소 배출 제로)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합성연료(e-fuel) 개발, 바이오 연료 혼합비 향상, 하이브리드 에너지 회수 기술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즉, F1은 ‘기존 기술의 진화’를 통해 환경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향을 택했습니다. 반면 포뮬러E는 처음부터 ‘전기차 시대의 모터스포츠’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출발했습니다. 대회 자체가 전기차 기술 경쟁을 위한 플랫폼이며, 배터리 효율, 모터 출력, 회생제동 시스템 등이 실차 개발과 직접 연계됩니다. 실제로 포뮬러E에 참여하는 제조사—포르쉐, 재규어, 닛산, 마힌드라 등은 레이스 데이터를 자사 전기차 개발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 차이는 ‘모터스포츠가 어디로 가야 하는가’에 대한 철학적 논쟁으로 이어집니다. 일부 팬들은 “포뮬러E는 너무 조용하고 느리다”고 말하지만, 전문가들은 “F1이 보여준 기술적 정교함이 포뮬러E의 발전을 가속시킬 것”이라 평가합니다. 결국 두 대회는 경쟁 관계이면서도 상호보완적입니다. F1이 속도와 전통의 상징이라면, 포뮬러E는 지속 가능성과 미래 산업의 실험장이죠. 10년 후, 이 두 포뮬러가 서로의 기술을 융합해 ‘전기 하이브리드 그랑프리’ 같은 새로운 형태로 진화할 수도 있습니다. 미래의 모터스포츠는 단순히 빠름을 넘어서, 환경과 기술의 조화를 상징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입니다.
F1과 포뮬러E는 출발점은 같지만, 지향점은 다릅니다. F1은 전통과 기술력, 그리고 인간의 한계 도전 정신을 계승한 레이스이고, 포뮬러E는 환경과 지속 가능성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세대의 스포츠입니다. 속도와 효율, 소리와 침묵, 전통과 혁신—이 모든 대비는 결국 ‘진보’라는 공통된 목적을 향해 나아갑니다. 미래의 모터스포츠는 이 두 세계가 만나 더욱 완전해질 것입니다. F1의 열정과 포뮬러E의 철학이 공존하는 그날, 레이싱은 비로소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